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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기와 보일러가 오래되어서 성능이 안나온다?

관리자
2025-08-10
조회수 212



여름철 냉방철이면 질문이나 댓글 중 흔하게 보는 얘기가 "장비가 오래되어서 제 성능이 안나온다", "장비가 노후화되어서 효율이 안좋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성능점검을 하러 다니면서도 "저희가 뭣 좀 살펴봐야 할 문제 없나요?"라고 물어보면, 종종 "보일러와 냉동기가 오래되었으니 교체해야 한다고 의견 좀 써주세요"라는 부탁을 종종 듣는데... 물론 그렇게 써달라고 요청하면 다 그렇게 써주고는 있다.


현장을 다니면서 여러 현장들을 보다보니 과연 보일러나 냉동기와 같은 열원장비들의 수명이 얼마가 적당한지에 대한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보통 관류보일러는 10년이 넘으면 슬슬 교체하기 시작해서 15년을 넘기는 장비가 거의 없다.

노통연관식 보일러는 그래도 수리가 용이해서 보통 20년 정도는 대부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터보냉동기도 20년 정도는 대부분 사용하는 것 같은데, 흡수식 냉동기는 10~15년 정도 넘어가면 슬슬 교체하려고 마음들을 먹기 시작하는 것 같고, 그래서 흡수식 냉동기는 20년 넘는 장비를 구경하는 것은 드물다. 여름철 냉방이 잘 안되면 "장비가 오래되어서 성능이 잘 안나온다"는 것이 어느 현장이든지 단골 메뉴일 것이다.


우리 회사가 3년째 성능점검을 하고 있는 건물인데, 아마도 내가 다녀본 현장 중 가장 오래된 보일러와 냉동기가 있는 듯 싶다. 맨 처음 그 건물을 갔을 때 반자동으로 운전되고 있는 오래된 연식의 보일러를 봤을 때 "아직도 서울 시내에 이렇게 수동으로 돌아가는 보일러가 있어요?"라고 놀라며 유지관리자분과 얘기한 적이 있다. 물론 버너는 중간에 교체를 하였지만, 이 보일러의 '연세'는 무려 34년이다.

 



다른 곳 같으면 이미 해체되어 고물상으로 갔을텐데, 장비가 가동되는 것을 보니 큰 무리없이 잘 돌아가고 있었다. 증기 공급 상태나 불꽃의 상태도 괜찮았고 공기비도 양호했다. 이코노마이저도 없는 보일러의 효율이 84% 정도로 측정되었으니 효율도 좋았다.

그러나, 정작 깊은 감명을 받았던 것은 그곳에 근무하는 유지관리자분의 말이었다.

"내가 이 보일러와 이 건물에서 청춘을 다 보냈지..."

이 건물의 준공초기에 젊은 나이로 기계실 배치되어서 지금껏 보일러와 일하고 계시단다.

그분의 말씀에서 보일러에 대한 애정과 그동안 보일러와 겪은 여러 회환이 있었음이 느껴졌다. 

"이 정도면 보일러 교체할 때 훨씬 넘지 않았어요?"라고 물어보니, 지금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아마도 "글쎄, 뭐 특별한 문제가 없다보니 위에서 교체해 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네.."라고 대수롭지 않게 답변 하셨던 것 같다.






올해 직원들이 그 현장의 냉방 성능점검을 간다고 하길래, 나도 일부러 시간 내서 중간에 하루 가봤다.

역시나 냉동기도 만만치 않다. 보일러의 맞은 편에 자리를 지키고 계신 이 냉동기의 '연세'도 34년이다. 보일러와 동갑이다.

이 냉동기도 역시 반자동이고, 냉동기의 가동과 정지까지 관리자가 자주 왔다갔다하며 돌봐줘야 하는 어르신이다. 흡입베인이 수동이라서 압축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다소 요란스럽기는 했지만 냉수 공급되는 온도나 건물의 냉방에는 큰 문제가 없이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얼마전에 세관작업도 해서 전체적으로 업체 점검도 받았다고 한다.

또 물어봤다. "오래 근무하셔서 이 건물의 회장님과도 잘 알고 계신다면서... 언제 회장님 보시면 냉동기 좀 바꿔달라고 해보세요?"

이번에도 그분의 답변은 또 이랬다.

"이제 건물의 대부분의 냉방을 입주사들이 설치한 시스템에어컨으로 하고 있어서 이 냉동기로 냉방하는 곳이 얼마 되지도 않는데, 바꿔달라고 한들 회장님이 바꿔 주겠어요?"

34년된 냉동기를 돌리면서도 그렇게 여유롭게 대답하시는 모습에서 내 마음 한켠에서 존경심 같은 것이 느껴졌던 것 같다.  

 


이 현장의 성능점검 보고서를 이제 슬슬 써야 하는데... 이번에는 냉동기를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을 써보려고 한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회장님이 냉동기 교체해주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다른 한편으로 그 연로하신 보일러와 냉동기가 언제까지 생존하고 있을지가 궁금해진다. 은근히 오래동안 살아남기를 응원하는 마음까지 생긴다. 하지만 어째든 이번에는 보고서에 냉동기 교체해달라고 내가 한번 써보려고 한다. 오래된 고물 냉동기를 돌리고 있는 관리자의 수고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끔 생각해 본다. 보일러나 냉동기가 과연 오래되면 성능이 나오지 않는지, 효율이 나빠지는지...

자동차가 오래 되었다고 해서 속도가 100킬로도 못나올 정도로 느려지지 않는다. 물론 기름이 더 먹을 수 있겠지만 엔진 관리만 필요할 때 적절하게 해주면 자동차의 연비는 자동차의 연식보다는 운전자의 운전 방식에 의해 더 크게 좌우될 것 같다.

냉동기나 보일러도 주기적으로 세관작업을 하면서 열교환 성능을 유지하고 있다면, 그 외의 나머지들은 기계 자체의 노후화로 크게 성능이 나빠질 것은 없다고 본다. 버너야 십수년이 되면 교체를 하고 있고, 송풍기든 압축기든, 또는 용액펌프든 냉매펌프든 돌아가기만 하면 웬만한 성능이 나올 것이다. 보일러와 냉동기도 버너나 열교환코일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펌프나 송풍기와 같은 그야말로 기계장치인데, 오래되었다고 해서 그런 기계장치들이 급격히 성능이나 효율이 떨어질 이유는 없다고 본다. 냉온수순환펌프는 2~30년을 아무말 없이 사용하고 있는데, 유독 보일러나 냉동기는 2~30년 사용하는 것이 드문 일이 된다. 

그래서 장비 관리가 정말 엉망인 곳을 점검하다 보면... 가끔은 못된 생각이지만 속으로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오래된 장비가 문제인지 사람이 문제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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