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기에서 가급적 사용하지 않았으면 하는 장치들 (전열교환기, IAQ댐퍼, 어라운드코일)

건설현장쪽에서 25년 정도 일하다가 요즘은 유지관리쪽으로 넘어와 성능점검쪽 일을 하고 있는데, 현장을 다니다보니 마음에 걸리는 것들이 있어서 시공쪽에 계신 분들과 공유 차원에서 적어봅니다. 저도 공사하면서 저질러놓은 일들이 많다보니 죄책감이 드는 것들도 있고 해서...ㅎ


지난해 기계설비 성능점검을 하면서 백몇군데 현장을 돌아다녔었는데, 공조기에서 공통적으로 마음에 걸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전열교환기와 IAQ 댐퍼, 그리고 어라운드코일....


먼저, 전열교환기는 제가 직접 다녀본 현장에서는 단 한곳도 가동하고 있는 곳이 없었습니다. 저희 직원들에게 물어봐도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곳을 거의 못 봤다고 하네요. 시설관리팀 직원들에게 물어봐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니 맞는 말이겠죠.  (현열교환기는 가동하든 안하든이 없죠. 외기만 들어오면 무조건 가동하는 것이니...)



첫번째 이유는 운전시 외기 도입량이 거의 없습니다. 

설계할 때는 외기 도입량이 전체 급기량이 4~50%에 육박하는 경우 배기열회수장치(전열교환기나 현열교환기)의 설치를 검토하죠. 그러나 실제 운전중에는 외기 도입을 40% 이상 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워낙 에너지 절감을 이야기하다 보니 공조기 외기댐퍼의 개도율을 조금만 더 올리면 바로 그 달의 에너지 요금이 바로 증가되기 때문에 실제 운전중에 설계처럼 외기를 도입하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유지관리쪽에서는 외기댐퍼와 혼합댐퍼의 개도율이 2 : 8, 또는 3 : 7이 불문율처럼 되어 있습니다. 그나마도 환절기일 뿐이고 거의 대부분의 건물에서 냉방이나 난방을 할 때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100% 재순환 모드로 운전는 곳이 많습니다. 실내공기질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찌되었든 실제 공조기 운전하면서 외기 도입을 적극적으로 하는 곳이 거의 없다는 것이 현실이죠....

(그리고 댐퍼를 2:8 설정한다고 해서 외기가 20% 안들어옵니다. 환기팬이 밀어주면서 재순환되는 공기로 인하여 외기챔버에 음압이 안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외기챔버에 음압이 걸려야 외기를 빨아들일텐데 댐퍼가 20% 열려도 실제 외기 도입량은 거의 0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두번째 전열교환기는 유지관리가 매우 어렵습니다.

먼저 곰팡이 냄새가 나서 사용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많습니다. 전열교환기의 열교환소자에 흡습제가 코팅되어 있는데, 사용하면서 포집된 습기나 발생된 결로로 인하여 곰팡이가 발생하고, 나중에 재가동시 공조기 운전 초기에 한동안 곰팡이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전열교환기를 사용한 뒤 정지시에 열교환소자를 건조시키는 기능이 없다면 이부분은 해결이 곤란할 듯 싶습니다. 구조적으로...


그다음은 청소가 매우 어렵습니다. 사각형 모양의 현열교환기(판형)는 구조상 열교환기가 설치된 부위가 사각 챔버 형태가 되고, 그부분에 외기 도입부에 필터를 설치하기 때문에 챔버의 점검구 문을 열면 필터의 청소나 열교환소자의 물청소가 용이합니다.

전열교환기기는 공조기의 측면에 설치하든 상부에 설치하든 바로 덕트가 연결되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여기에 얇은 필터 점검구를 설치해 프리필터를 넣고 빼고 되어 있는 경우도 있으나 실제 필터를 교체해보면 작업이 쉽지 않습니다. 특히 공조기 상부쪽에 수평으로 필터를 넣는 구조는 필터가 처지면서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관리자에게 시범을 보여준다고 객기 부렸다가 필터가 들어가지 않아서 공조기 1대에 2시간 넘게 진땀을 뺀 적도 있습니다.



전열교환기는 열교환소자의 청소도 어렵습니다. 냄새가 나거나 먼지가 많이 부착되어서 열교환소자를 청소해 주려고 해도 무게가 무겁기 때문에 현장의 관리자들이 소자를 탈부착해가며 청소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실제 전열교환기를 직접 물 청소한다는 곳은 한곳도 보지 못했고요, 업체를 불러서 한번 청소해보면 다시는 부르지 않죠. 잘 사용하지도 않는 것을 몇백만원 들여 청소를 했으니...



그리고, 모터의 고장이 좀 있습니다. 초창기에 전열교환기를 좀 사용했다고 하는 곳은 모터가 고장난 곳이 몇 군데는 있더군요. 사용 좀 하려고 하다가 모터가 1~2군데 고장나기 시작하면 괜히 고장만 발생하고 유지관리자들은 자기 일만 늘어나기 때문에 굳이 사용 안하고 꺼두는 경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열교환소자가 워낙 크고 무거우니 모터의 고장은 어쩔 수 없겠죠...   


그러니 현장에 가보면 이러저러한 이유로 전열교환기의 조작반은 항상 아래와 같이 정지상태로 있습니다. 거의 예외없이...



공조기에 폐열회수장치를 여러가지 다른 목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설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가급적 적용 대수를 최소화하고, 불가피하게 적용해야 한다면 판형열교환기 방식의 현열교환기로 설치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수백~수천만원짜리 장치가 사용도 안하면서 공조기 중간에 걸림돌처럼 박혀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 집니다.


그리고, 만일 현열교환기이든 전열교환기이든 설치를 하게 되면 바이패스댐퍼는 반드시 충분한 사이즈로 설치하시기 바랍니다. 초창기에 폐열회수장치가 설치된 공조기에서는 간혹 바이패스댐퍼 자체가 누락된 곳도 있기는 한데, 요근래 설치된 공조기에는 대부분 설치는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이즈가 작아서 저희가 성능점검을 하면서 전외기 모드로 댐퍼를 설정해 풍량을 측정해 보면 절반 가량은 50% 이하의 풍량이 나옵니다. 바이패스댐퍼를 너무 작게 설치하여 전외기 운전이나 엔탈피 운전이 제대로 되지 못하는 곳이 많으니 댐퍼 사이즈는 급기 풍량에 맞춰 설치하는게 맞다고 봅니다. 설계사 입장에서 공조실 공간이 좁아 덕트를 충분한 사이즈로 연결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고, 공조기 업체 입장에서는 댐퍼 사이즈를 충분하게 하려면 공조기 구조가 달라지거나 복잡해져 비용이 좀 늘어나는 사정은 이해는 하지만, 제대로 만들어 놓지 않을거라면 아예 설치하지 않는게 맞겠죠. 폐열회수장치 설치된 옆에 남는 사이즈만큼 대충 설치해 놓은 바이패스댐퍼를 상당히 자주 보게 됩니다. 그런 경우는 예외없이 풍량이 잘 안나오죠...







AQ댐퍼도 마찬가지 입니다.

IAQ댐퍼가 설치된 현장에서 실제 가동을 하고 있는 경우는 느낌상 약 10%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나머지 현장들은 IAQ댐퍼의 전원을 꺼놓거나, 또는 조작을 아무도 할 지 몰라서 방치되어 있거나, 설정이 잘못되어서 그냥 닫혀 있는 상태로 방치돼 있습니다. 그나마 사용하는 10%도 외기를 적극 도입하기 위해서도 사용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원래부터 누가 그렇게 해놨으니 꺼놓지 않고 그냥 냅둬놓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지관리자 대부분은 그게 공조기의 어디에 붙어 있는지, 어떻게 작동되는지 잘 모릅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IAQ댐퍼 조작반이 너무 불친절합니다. 

IAQ댐퍼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가 어떻게 설정을 해주려해도 도대체 어떻게 설정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설치업체는 인수인계시 담당자에게 설명을 해주었는지는 모르지만 시설유지관리자들은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인수인계시 설명해 주는 것은 아무 의무가 없습니다. 엄청 복잡한 장치도 아닌데 이런저런 기계를 좀 다뤄본 사람이라면 대충 보고 버튼 이리저리 눌러서 설정값을 조정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조작반이 친절해지지 않으면 이 장치는 사용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유지관리자들이 가뜩이나 외기 들어오는 것을 싫어하는 판인데... 

냉동기,보일러까지의 그래픽은 아니더라도 급수부스터펌프나 팽창기체분리기의 조작반 수준으로 어느 정도 조작반을 건드려볼만한 수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쓰든말든 너희들이 알아서 사용해라 할 것이라면 아예 설치하지를 말든지...



만일 이것도 설계 가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적용해야 한다면 그냥 환기덕트에 CO2센서를 설치하여 자동제어 프로그램에서 외기댐퍼를 제어하도록 하는 방안이 좋을 것 같습니다. CO2센서야 십만원이나 할려나 모르겠는데, 최근에 준공한 현장에서는 가끔 그렇게 CO2센서를 설치해 외기댐퍼를 제어하는 경우가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 경우 자동제어 화면상에서 표시되어 있고 설정값 입력창이 있으니 일단 관리자들이 그런게 있는 지는 알고는 있고, 잘못 만지면 어떻게 될까봐 메뉴를 삭제하거나 함부로 꺼놓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어라운드코일도 비슷한 형국입니다. 어라운드코일은 적용 방식이 다양하여 딱히 어떻다고 설명하자면 길어지는데... 맥락은 앞의 내용들과 비슷합니다.

이것도 일단 필터나 코일의 유지관리가 어렵게 만들어 놓은 경우가 많고, 

조작반 없이 순환펌프의 전원만 공급하게 해놨거나, 조작반이 있더라도 온도 설정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친절하게 되어 있지 않아서 어떤 경우에는 배기열을 회수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열을 버려 에너지를 낭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배기열을 회수하는 계절이나 온도 조건이 있을텐데 바이패스댐퍼가 없는 경우도 간혹 있고요.

특히 통과되는 공기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 청소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1~2년 이내에 막혀 버리면 그 이후는 평생 장애물이 되겠죠. (아래의 사진은 어라운드코일 앞에 필터가 없고 청소하기  위한 점검구도 없어서 전외기 운전시 풍량이 거의 나오지 않았던 곳입니다. 코일이 꽉 막힌거죠...)

펌프의 동력이 불필요하게 큰 것으로 보이는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 회수하는 열량보다 펌프의 전기료가 더 나갈 듯하게 보이는 경우도 있더군요. 유량 양정 계산 안하고 그냥 불안하니 일단 큰 것 갖다 놓은듯한 느낌... 

만드는 업체나 시공 현장의 기술자나 누구 한사람만이라도 꼼꼼히 챙겼으면 좋겠습니다.